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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제19장 최연(崔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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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혁은 그날 밤 격물소 전체를 세웠다.

물을 뿌리게 했다. 젖은 천을 나눠 주었다. 분쇄실을 배합실에서 떼어냈다.

정조유신 14화 제19장 최연(崔蓮) — 헤더컷

그리고 이레 뒤, 그는 의정원에 안건을 올렸다.

『공장(工匠) 보호에 관한 조목』.

내용은 열두 조였다.

먼지 나는 일을 하는 곳은 물을 뿌리고 바람을 통하게 할 것. 하루 여섯 시진을 넘겨 일을 시키지 말 것. 열두 살 아래는 갱과 가마에 들이지 말 것. 일하다 병을 얻거나 다치면 국이 약값을 대고, 일을 못 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쌀을 줄 것. 죽으면 남은 식구에게 십 년간 쌀을 줄 것.

표결.

찬성 스물아홉. 반대 예순셋.

부결되었다.


반대 이유는 하나였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한주혁은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의정원 아흔아홉 명 앞에서, 예순다섯 살 노인이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비용이라 하셨소?"

좌중이 조용해졌다.

"내가 이 나라에 온 지 스물두 해요. 그동안 내가 여러분에게 가르친 것이 무엇이오. 재라 했소. 재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라 했소."

"…"

"그러면 오늘 물읍시다. 사람 하나의 값은 얼마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르시겠소? 나도 모르오. 나는 이십이 년 동안 그것을 재지 않았소. 그래서 그것은 없는 것이 되었소."

한주혁이 장부를 들어 올렸다.

이십이 년치 사망 장부였다. 손가락 두 마디 두께였다.

"여기 이천사백열아홉 명이 있소. 이 사람들은 우리 셈에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소. 우리는 쇠를 재고 돌을 재고 돈을 쟀지만, 이 사람들은 재지 않았소."

"…"

"그러니 오늘부터 재읍시다. 값이 비싸다면 비싸다고 장부에 적읍시다. 비싸서 안 하기로 했다고 적읍시다. 그렇게 적고 나서 다시 표결합시다."


그해 유월, 다시 표결했다.

찬성 오십사, 반대 마흔둘, 기권 셋.

가결되었다.

『공장 보호 조목』은 세계에서 가장 이른 산업 노동법이 된다. 영국의 공장법보다 십오 년 빠르다.

최연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삼월 스무이틀에 죽었다.


『만물지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 나는 오늘 최연의 장례에 갔다.

— 나는 그 자리에서 이십이 년 동안 하지 않았던 셈을 했다.

— 내가 이 나라에 온 뒤로 죽지 않은 사람이 몇인가. 종두로 살린 아이가 백만이 넘는다. 역병을 막아 살린 사람이 수십만이다. 굶어 죽지 않게 된 사람이 얼마인지는 셀 수도 없다.

— 내가 죽인 사람은 이천사백열아홉이다.

— 백만 대 이천사백열아홉. 셈으로는 내가 이겼다.

— 그런데 오늘 나는 그 셈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 백만은 이름이 없다. 이천사백열아홉은 이름이 있다.

— 이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같은 저울에 올려서는 안 된다. 나는 이십이 년 동안 그것을 몰랐다.


『의정원 회의록』 을유년 십일월 십칠일

광무국 총관 장만복이 아뢰기를, 지금 나라에 유황이 한 해 삼십만 근이 드는데 국내에서 나는 것이 사만 근이옵니다. 나머지 이십육만 근을 왜에서 사 오는데, 왜가 값을 세 곱을 부르고 그나마 절반만 주옵니다. 신은 묻겠사옵니다. 우리 목을 남의 손에 맡기고 나라를 세울 수 있사옵니까.

문제는 이십 년 동안 자라났다.

과학혁신국이 강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기미년이었다. 그해에 쓴 유황이 오천 근이었다.

십 년 뒤 오만 근이 되었다.

이십 년 뒤 삼십만 근이 되었다.

강수는 유리를 만들고, 표백분을 만들고, 비누를 만들고, 금속을 씻고, 전지를 채우고, 화약의 질산을 뽑았다. 나라가 커질수록 강수가 더 필요했고, 강수가 필요할수록 유황이 필요했다.

그리고 조선에는 유황이 없었다.


한주혁은 대안을 다 시도했다.

첫째, 국내 유황광. 진산과 그 밖 스무 곳을 다시 팠다. 품위가 낮았다. 한 해 사만 근이 한계였다.

둘째, 황철석에서 뽑기. 황철광을 구우면 아황산가스가 나온다. 그것으로 강수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이 십구 세기 중반에 그렇게 전환했다. 한주혁은 그것을 알았고, 조선에 황철석 광상이 있는지 몰랐다. 십 년을 찾았다. 몇 군데 찾았으나 양이 모자랐다.

셋째, 청에서 사기. 청도 유황이 부족했다. 청 역시 일본에서 사 왔다.

넷째, 유황 없이 강수 만들기. 그런 방법은 없었다.


을유년 겨울, 의정원에서 논쟁이 있었다.

장만복이 발의했다.

예순일곱이었다. 잠채꾼에서 시작해 광무국 총관까지 올라온 자였고, 정삼품 당상이었으며, 조선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부리는 관리였다.

그가 말했다.

"신이 아뢰옵니다. 방법이 셋이옵니다."

"…"

"첫째는 강수를 그만 만드는 것이옵니다. 그러면 유리도 없고 총도 없고 약도 없어지옵니다. 둘째는 왜가 부르는 값을 다 주는 것이옵니다. 지금 왜가 부르는 값이 한 해 이십만 냥이온데, 저들이 값을 올리면 얼마까지 올릴지 우리가 모르옵니다."

"셋째는 무엇이오."

장만복이 담담하게 말했다.

"가서 캐 오는 것이옵니다."


정조유신 14화 제19장 최연(崔蓮) — 전환컷

정약용이 일어섰다.

예순셋이었다. 그는 이십 년 동안 과학혁신국 부총재였고, 십 년 전부터 의정원 의원이었다.

"총관에게 묻겠소. 남의 땅에서 캔다는 말이오?"

"…예."

"주인이 허락하겠소?"

"허락받을 것이오."

"어떻게."

장만복이 잠시 말이 없었다.

"…우리가 총이 많으니, 저쪽이 허락할 것이오."

의정원이 술렁였다.

정약용이 소리를 높였다.

"총관! 지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오?"

"아오."

"그것이 임진년에 왜가 우리에게 한 짓이오!"

장만복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소! 그리고 그때 우리는 당했소!"

좌중이 조용해졌다.

늙은 광부가 좌중을 둘러보았다.

"의원 여러분. 나는 글을 늦게 배운 사람이오. 그러니 어려운 말은 못 하오. 대신 내가 아는 것만 말하겠소."

"…"

"나는 서른 해를 땅속에서 살았소. 땅속에서 배운 게 하나 있소. 광맥은 남을 기다려 주지 않소. 내가 안 캐면 남이 캐오. 내가 안 캐서 그 광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은 없소. 없었소. 한 번도."

"…"

"총재께서 우리에게 앞일을 말씀해 주셨소. 백 년 뒤에 왜가 우리를 삼킨다 하셨소. 그런데 그 왜가 지금 우리 목에 유황을 걸고 값을 흥정하고 있소. 나는 그것이 무섭소."

장만복이 자리에 앉았다.

"…나는 우리 손자가 왜놈 밑에서 사는 걸 보느니, 내가 오늘 도둑놈이 되겠소."


표결.

찬성 오십팔, 반대 삼십구, 기권 둘.

한주혁은 반대표를 던졌다.

정약용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고 가결되었다.


병술년 삼월, 조선 함대 열한 척이 부산을 떠났다.

증기선은 아니었다. 아직 증기선을 만들지 못했다. 돛과 노로 가는 배였다. 다만 배마다 강선포가 여섯 문씩 실려 있었다.

대마도 이즈하라 앞바다에 닻을 내렸다.

조선 측 대표는 오세형의 손자 오정환이었다. 서른넷이었고, 왜말과 청말과 화란말을 했다.

그가 대마도주에게 내민 문서에는 여덟 조가 적혀 있었다.

一. 조선과 일본은 화친한다.
二. 대마도에 조선의 상관(商館)을 둔다.
三. 상관 안에서는 조선의 법을 쓴다.
四. 유황과 동(銅)의 무역은 조선 상관을 거친다.
五. 조선 배는 일본 어느 항구에나 들어갈 수 있다.
六. 일본은 조선 상인에게 세금을 물리지 못한다.
七. 일본이 다른 나라에 준 이로움은 조선에도 같이 준다.
八. 이 조약은 고칠 수 없다.

대마도주는 그것을 읽고 이틀 동안 답을 하지 않았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 조선 함대가 이즈하라 앞바다에서 공포(空砲) 열두 발을 쏘았다.

닷새째 되던 날 조약이 맺어졌다.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

병술년 삼월 스무엿새.

에도 막부는 넉 달 뒤에 이 조약을 추인했다.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 막부는 그때 재정이 파탄나 있었고, 조선 함대가 시모노세키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주혁은 그 조약문을 삼척에서 읽었다.

읽고 나서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흘째 되던 날 정약용이 찾아왔다.

둘은 마주 앉았다.

정약용이 먼저 말했다.

"…총재. 나는 오늘 무서운 것을 깨달았소."

"…"

"저 여덟 조목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시오?"

"…"

"총재께서 이십 년 전에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이오. 왜가 조선에 한 짓을 말씀하실 때, 총재께서 그 조약들을 하나하나 설명하셨소. 치외법권이 무엇이고, 최혜국 대우가 무엇이고, 관세를 어떻게 뺏는지."

"…"

"우리는 그것을 배웠소. 배워서 안 당하려고 배웠소."

정약용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그것을 썼소. 우리가 배운 그대로, 순서까지 그대로."

한주혁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

"총재. 총재께서는 우리에게 병을 가르치셨소. 그런데 병을 아는 것과 병이 되는 것 사이가 이렇게 가까울 줄은 나도 몰랐소."


『영국 동인도회사 광저우 상관 기밀보고 제114호』 1832년 9월 22일

각하. 저는 이 보고서를 쓰기 전에 사흘을 망설였습니다. 제가 본 것을 그대로 적으면 각하께서 저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제 판단을 적지 않고 제가 본 것만 적겠습니다. 판단은 각하께서 하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미리 아뢰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이백 년 동안 이 반도를 지도의 여백으로 취급해 왔습니다. 그 태만의 값을 우리 세대가 치르게 될 것입니다.

임진년 유월,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가 조선 서해안에 나타났다.

실제로 그런 배가 온 적이 있다. 원래의 역사에서 이 배는 홍주 고대도 앞바다에 한 달을 머물며 통상을 요구했고, 조선은 거절했고, 배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떠났다. 조선 조정은 그 일을 사소한 소동으로 기록했다.

이 세계에서는 배가 닻을 내린 지 이틀 만에 조선 관선 세 척이 다가왔다.

이 세계에서는 배가 닻을 내린 지 이틀 만에 조선 관선 세 척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