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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제17장 길(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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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셋이었다.

첫째, 정보였다. 아직 전신은 없었다. 그러나 신작로가 있었고, 파발이 개편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삼척에서 만든 망원경이 각 진영에 배치되어 있었다. 봉기가 일어난 지 이틀 만에 한양이 알았다. 실제 역사에서는 닷새가 걸렸다.

정조유신 13화 제17장 길(路) — 헤더컷

둘째, 이동이었다. 장용영 별기군 이천이 의주로에 투입되었는데, 그들은 걸어가지 않았다. 수레를 타고 갔다. 신작로가 아직 서북로까지 이어지지 않아 절반은 걸어야 했지만, 그래도 절반은 탔다.

셋째가 결정적이었다.

강선총(腔線銃)이었다.


한주혁이 총에 손을 댄 것은 무오년부터였다.

그는 총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의정원이 예산을 승인하는 논리가 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 이 돈을 쓰면 무엇이 강해지오?

그는 조선의 조총을 개량하는 데 십 년을 썼다.

세 가지를 바꿨다.

첫째, 총열 안에 나선 홈을 팠다. 탄이 회전하면 똑바로 날아간다. 사거리가 백 보에서 오백 보로 늘었다. 홈을 파는 기계가 필요했고, 그 기계를 만드는 데 육 년이 걸렸다.

둘째, 총알을 바꿨다. 둥근 납덩이 대신 밑이 오목한 원뿔형으로 만들었다. 화약이 터지면 오목한 밑이 벌어져 총열에 밀착한다. 총구로 넣기는 쉽고 나갈 때는 꽉 문다.

셋째, 화승 대신 뇌관을 썼다. 뇌홍(雷汞)이 필요했다. 수은과 강수와 술을 반응시켜 만든다. 삼척에 강수가 있었으므로 가능했다. 비가 와도 불이 붙었다.

신미년 겨울, 장용영 별기군 이천 명이 그 총을 들고 정주로 갔다.


봉기군은 화승총과 활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관군을 본 것은 오백 보 밖이었다. 그 거리는 안전한 거리였다. 조총은 백 보를 못 넘겼다.

일제사격이 있었다.

첫 사격에 봉기군 이백 명이 쓰러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총소리가 나고 사람이 쓰러지는데, 총을 쏘는 자들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 있었다.

봉기군은 성으로 들어갔다.

성은 사흘을 버텼다.

나흘째 되던 날 관군이 성 밖에 이상한 것을 세웠다. 청동으로 만든 대포였는데, 포신 안에 역시 나선 홈이 파여 있었고, 뒤로 열리는 문이 있었다.

후장식 강선포였다.

정주성 북문이 여섯 발에 무너졌다.


엿새째 되던 날, 난이 끝났다.

죽은 자가 사백열둘이었다. 실제 역사의 오분의 일이었다.

의정원에서 축하 표결이 있었다.

한주혁은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다.


그가 그날 밤 『만물지서』에 적은 것이 남아 있다.

— 오늘 나는 사백열두 명을 죽였다.

— 나는 이 무기를 서양을 막으려고 만들었다. 그런데 이 무기가 처음으로 죽인 것은 조선 사람이었다. 그것도 굶주려서 일어난 조선 사람이었다.

— 나는 이것이 예외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무기는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먼저 쓰인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그러했다.

— 오늘 의정원에서 누가 나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하필 평안도입니까.

— 나는 답을 안다. 답은 이러하다. 우리가 지난 십오 년 동안 평안도에서 석탄과 철과 사람을 가져다가 삼척과 한양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평안도 사람들은 조정에서 벼슬도 못 하고, 삼척의 국원도 못 되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가져가기만 했다.

— 나는 그 답을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내가 이 나라에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삼척일지』 제41권, 계유년 시월 초하루

오늘 삼척과 한양이 이어졌다. 사시에 삼척에서 보내고 사시에 한양에서 받았다. 사이에 흐른 시간이 없었다. 총재가 그것을 세 번 확인하게 하였다. 세 번 다 시간이 없었다. — 기록 서유구

전신은 한주혁이 조선에 남긴 것 중 가장 순수한 성취였다.

그리고 가장 쉬운 것이기도 했다.

원리는 단순하다. 도선에 전류를 흘리면 멀리 있는 전자석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을 부호로 읽으면 말이 된다.

필요한 것은 넷이었다.

첫째, 전지. 다니엘 전지였다. 구리판과 아연판, 황산구리 용액과 황산아연 용액, 그리고 둘을 나누는 다공질 격벽. 조선에는 구리가 있었고, 아연이 원덕에 있었고, 강수가 있었고, 도자기가 있었다. 전부 있었다.

둘째, 도선. 구리를 실처럼 뽑아야 했다. 인발(引拔)이라 했다. 강철 다이스에 구멍을 뚫고 구리를 잡아당겨 뽑는다. 다이스를 만들 강철이 병목이었고, 그 강철을 만드는 데 팔 년이 걸렸다.

셋째, 절연. 도선을 나무 기둥에 그냥 걸면 비가 올 때 전류가 새어나간다. 자기(磁器)로 애자를 만들어 도선을 기둥에서 띄웠다. 조선의 도자 기술로 만들 수 있었다.

넷째, 부호. 한주혁은 모스 부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새로 만들었다. 한글의 자모 스물넷에 각각 짧은 신호와 긴 신호의 조합을 붙였다. 자주 쓰는 글자에 짧은 부호를 주었다.

그것이 『삼척전보(三陟電報)』다. 이백 년 뒤까지 조선에서 쓰이게 되는 부호 체계다.


계유년 시월 초하루, 삼척과 한양이 이어졌다.

거리는 육백 리. 기둥이 사천이백 개, 도선이 이백사십 리 무게로 열두만 근.

첫 전보는 한 줄이었다.

— 물어볼 것이 있다.

한양의 의정원 청사에서 그것을 받은 사람은 서유구였다. 마흔아홉이었다.

그가 손을 떨면서 답을 보냈다.

— 무엇이오.

삼척에서 답이 왔다.

— 지금 거기 비가 오는가.

서유구는 그 전보를 받고 창밖을 보았다.

한양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그는 답을 보냈다.

— 온다.

삼척에서 답이 왔다.

— 여기는 개었다.


그것이 조선에서 처음으로 오간, 실시간 대화였다.

서유구는 그날 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 나는 오늘 육백 리 밖의 날씨를 알았다.

— 사람이 육백 리 밖의 날씨를 아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런데 나는 오늘 온몸이 떨렸다.

— 나는 오늘, 우리가 정말로 다른 세상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았다.


정조유신 13화 제17장 길(路) — 전환컷

한주혁이 예순다섯이던 해였다.

그는 그날 밤 삼척 전신소에 혼자 앉아 있었다.

키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아무에게도 가지 않는 신호였다. 한양 쪽 회선을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이름을 쳤다.

한. 주. 혁.

그리고 다른 것을 쳤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다만 훗날 그 밤에 당직을 섰던 전신수 하나가 이런 증언을 남겼다.

— 총재께서 밤새 무언가를 치셨습니다. 회선이 끊겨 있어 아무 데도 가지 않는 신호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몰래 받아 적었습니다. 부호로는 읽히는데 말이 되지 않는 글자들이었습니다. 소인이 모르는 말이었습니다.

—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사람 이름 셋과 숫자 하나였습니다. 이름은 조선 사람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숫자는 이천이십칠이었습니다.


『삼척일지』 제53권, 정축년 삼월 이십이일

격물소 제조(提調) 최연이 죽었다. 서른여덟이었다. 지난 삼 년 동안 기침이 심했고, 반년 전부터는 계단을 오르지 못했다. 마지막 열흘은 앉아서 잤다. 누우면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 기록 서유구

최연은 서른세 해 동안 유리 가루를 마셨다.

네 살에 옹기 가마 앞에 앉았고, 열여섯에 삼척에 왔고, 그 뒤 스물한 해 동안 규석을 빻고 체로 치고 배합하고 가마를 열었다.

규석 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햇빛이 비스듬히 들 때만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이 폐에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

폐가 그것을 감싸려고 살을 덮는다. 덮인 자리는 숨을 쉬지 못한다. 그 자리가 조금씩 넓어진다.

이십 년쯤 지나면 계단을 못 오른다.

이십오 년쯤 지나면 앉아서 자야 한다.

한주혁은 그 병을 알았다.

규폐증. 그가 살던 세계에서는 직업병으로 분류되고, 방진 마스크와 습식 작업으로 예방하고, 걸리면 산재로 보상하는 병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정축년 삼월, 그는 그녀의 방에 앉아 있었다.

최연은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에서 소리가 났다.

"…총재님."

"…"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한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제가 젊었을 때… 총재님께 여쭌 적이 있지요. 이 일이 몸에 나쁘지 않냐고."

"…기억합니다."

"총재님이 뭐라 하셨는지 아십니까."

"…"

"조심하라 하셨습니다."

최연이 웃었다. 웃다가 기침했다. 오래 기침했다.

"…조심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총재님. 저는 그게 궁금했습니다. 삼십 년을 궁금했습니다."

한주혁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물을 뿌렸어야 했습니다."

"…예?"

"돌을 빻을 때 물을 뿌렸어야 했습니다. 가루가 날리지 않게. 그리고 천으로 코를 가렸어야 했습니다. 젖은 천으로."

"…"

"그리고 방을 나누고 바람을 통하게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면 십분의 일로 줄었을 겁니다."

최연이 오래 그를 보았다.

"…총재님은 그걸 아셨습니까."

한주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아셨습니까?"

"…알았습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최연은 화를 내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그녀가 말했다.

"…총재님. 저는 총재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

"제가 총재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저는 열여덟에 시집을 갔을 겁니다. 그리고 애를 여섯쯤 낳고 그중 셋을 마마로 잃고, 마흔에 죽었을 겁니다.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습니다."

"…"

"저는 제 이름으로 나라의 장부에 올랐습니다. 조선에서 여자가 제조를 한 게 저 하나입니다. 제가 만든 유리가 대궐 창에 끼워졌습니다."

최연이 숨을 골랐다.

"…저는 잘 살았습니다."

"…"

"그런데 총재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제 밑에 지금 여자아이가 스물세 명 있습니다."

한주혁의 손이 떨렸다.

"…그 애들은 이제 열두 살, 열세 살입니다. 그 애들이 저처럼 되는 건… 그건 안 됩니다."

"…"

"물을 뿌리십시오. 천을 나눠 주십시오. 방을 나누십시오."

"…"

"오늘 하십시오. 내일 하지 마시고 오늘 하십시오. 저는 오늘 하는 걸 봐야 눈을 감겠습니다."

'오늘 하십시오. 내일 하지 마시고 오늘 하십시오. 저는 오늘 하는 걸 봐야 눈을 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