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TOON

7화제7장 불의 빛깔

· 3,332자 · 무료

첫 번째 가마는 반년 만에 완성되었다.

한주혁이 아는 것은 원리뿐이었다. 규사와 소다회와 석회를 섞어 녹이면 유리가 된다. 문제는 소다회였다. 조선에는 천연 소다가 없었다. 그는 해초를 태운 재를 쓰기로 했다. 유럽에서 켈프(kelp) 재를 쓴 방식이었다.

정조유신 7화 제7장 불의 빛깔 — 헤더컷

삼척 앞바다에서 미역과 다시마를 걷어 말리고 태우고 물에 우려 졸였다. 백 근을 태워 재 다섯 근이 나왔고, 그 재에서 쓸 만한 것이 한 근이 안 되었다.

첫 배합은 녹지 않았다.

둘째 배합은 녹았으나 갈색이었다. 철분이었다. 규사에 든 철을 빼야 했다. 최연이 자석으로 규사를 훑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한주혁이 가진 검은 돌 다섯 개 — 네오디뮴 자석 — 이 그렇게 쓰였다.

셋째 배합은 맑았으나 식으면서 갈라졌다.

넷째, 다섯째, 여섯째.

그리고 정사년 팔월, 열한 번째 배합을 굽던 날 가마가 무너졌다.


한주혁은 그날 새벽 가마 온도를 더 올리라고 지시했다.

이유가 있었다. 열 번째 배합까지 유리가 완전히 맑아지지 않았다. 기포가 남았다. 기포는 온도가 모자라서 생긴다. 그는 그것을 알았다.

최연이 반대했다.

"…이 가마는 저기까지가 끝이옵니다."

"어떻게 아시오."

"벽이 붉은데, 위쪽 세 켜가 아까부터 색이 다르옵니다."

"얼마나 다르오."

"…설명할 수가 없사옵니다. 그냥 다르옵니다."

한주혁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이 나라에 가르치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근거로 삼지 말라. 재라. 재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다.

그는 온도를 올리게 했다.

사시 무렵 벽이 밀렸다.


조판돌과 최판쇠는 형제였다. 최연의 사촌 오라비들이었다.

동생 쪽이 먼저 죽었다. 형은 밤중까지 버티다 죽었다. 죽기 전에 물을 달라고 했고, 물을 주면 안 된다고 어의가 말했으나 한주혁은 주라고 했다. 어차피 죽을 것이었다.

그날 밤 한주혁은 장부를 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 사인(死因): 총재의 판단 착오. 국원 최연의 경고를 총재가 물리쳤음.

서유구가 그것을 보고 놀랐다.

"…총재. 이것을 적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조정에서 이 장부를 보면—"

"보라고 적는 겁니다."

"…"

"서 부총재. 약조 제2조가 무엇입니까."

"실패를 벌하지 않는다, 다만 기록하지 않은 것은 벌한다…이옵니다."

"내가 그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첫 번째로 지켜야 합니다."

한주혁은 붓을 놓았다.

그리고 아주 오래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적어두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잊어버릴 겁니다."


이레 뒤, 최연이 그를 찾아왔다.

그녀는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서툰 언문과 그림이 섞여 있었다.

거기에는 가마 벽의 색이 그려져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여덟 칸. 각 칸에 다른 색이 칠해져 있었다. 붉은 흙, 주황, 노랑, 그리고 마지막 칸은 희끄무레했다.

그리고 그 옆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이 빛이 이만큼 되면 넉 점(시간) 안에 벽이 밀림. 열한 번째 가마에서 그러하였음.

한주혁은 그 종이를 받아 들고 손이 떨렸다.

그것은 조선 최초의 색온도표였다.

"…이걸 그대가 만들었소?"

"소인이 설명할 수가 없다 하였는데, 총재께서 재라 하시기에… 색을 재어 보았사옵니다. 흙과 재와 치자를 개어 맞춰 보았사옵니다."

"…"

"소인이 잘못한 것이옵니까."

한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이 나라에 온 뒤 처음으로 울었다.


열두 번째 가마에서 유리가 나왔다.

정사년 동짓달, 두께 두 푼짜리 판이었다. 크기는 손바닥만 했고 가장자리가 물결쳤으며 안에 기포가 열아홉 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투명했다.

한주혁은 그것을 들어 햇빛에 비춰 보았다. 유리 너머로 삼척의 산이 일렁였다.

옆에서 최연이 물었다.

"…쓸 만하옵니까."

"쓸 만하지 않소."

"…"

"그런데 이제부터 나아지기만 할 거요."


『비변사등록』 정사년 시월 초닷새, 우의정 심환지 아룀

신이 듣건대 강원도 삼척에 국을 두어 한 해에 오십만 냥을 쓴다 하옵니다. 신이 호조의 장부를 살피니 지난해 나라의 돈 세입이 이십이만 냥이옵니다. 신은 셈이 어두워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옵니다. 나라가 거두는 것의 곱절을 한 고을에서 쓴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옵니까. 신은 이것이 어디서 나오는지보다, 이것이 언제까지 나올 수 있는지가 더 두렵사옵니다.

심환지의 상소는 옳았다.

정조유신 7화 제7장 불의 빛깔 — 전환컷

한주혁은 그것을 읽고 사흘 동안 잠을 못 잤다. 반박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반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정확해서였다.

과학혁신국의 첫해 지출은 이십칠만 냥이었다. 둘째 해에 사십일만 냥이 되었다. 셋째 해 예산은 오십육만 냥이 올라와 있었다.

조선 중앙 재정의 화폐 세입이 이십이만 냥이었다.

즉 이 나라는 자기 현금 수입의 두 배 반을 삼척 한 골짜기에 붓고 있었다.


돈이 나온 곳은 넷이었다.

첫째, 장용영 둔전. 화성 대유둔과 만석거에서 나오는 수확이 수성고로 들어갔는데, 정조가 그것을 통째로 삼척으로 돌렸다. 연 팔만 냥.

둘째, 삼척 광산의 수세를 국왕 직할로 바꾼 것. 원래 지방 수령이 걷던 것을 과학혁신국이 직접 걷었다. 연 십이만 냥. 강원감사가 세 번 항의했고 세 번 다 묵살당했다.

셋째, 내탕금. 정조의 사재였다. 십오만 냥.

넷째가 문제였다.


오세형은 왜학 역관이었다.

쉰이었고, 동래 왜관에서 삼십 년을 살았으며, 조선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쥔 계층에 속했다. 역관은 사행을 따라가면서 인삼과 은과 비단을 굴렸고, 그 이문이 조정의 어느 판서보다 컸다. 다만 그들은 중인이었으므로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한주혁이 그를 삼척으로 불렀을 때, 오세형은 사흘을 걸려 왔고 하루 만에 결론을 냈다.

"돈은 대겠소이다."

"…얼마나."

"사십만 냥."

한주혁이 붓을 놓았다.

"…한 번에 말이오?"

"세 해에 나누어. 그런데 나리."

오세형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는 관복을 입지 않았고, 말투에 아첨이 없었다.

"내가 왜 이 돈을 대는지 아시오?"

"…모르겠소."

"나는 내 아들에게 이 돈을 물려줄 수가 없소."

"…"

"내 아들도 역관이오. 손자도 역관이 될 거요. 내가 돈을 아무리 벌어도 우리 집은 중인이오. 내 손자가 문과에 급제해도 청요직에 못 가오. 나는 그것이 오십 년 동안 분했소."

오세형이 종이를 꺼냈다.

"조건이 셋이오. 첫째, 이 국에서 나오는 물건은 십 년간 내가 판다. 둘째, 내 아들과 조카 넷을 국원으로 받는다. 셋째—"

그가 붓으로 세 번째 줄을 짚었다.

"국원의 자손은 반상을 따지지 않고 벼슬길에 나갈 수 있게 한다."

한주혁은 그 세 번째 조건 앞에서 오래 침묵했다.

그것은 돈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분제를 부수자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사대부가 아니라 상인이었다.

"…내가 그것을 약속할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소."

"권한은 나리께 없소. 전하께 있지."

오세형이 웃었다.

"그러니 전하께 여쭤보시오. 그리고 하나만 더 말하겠소. 전하께서 거절하시면 나는 돈을 대지 않소. 그런데 전하께서 거절하시면, 이 나라에서 나리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소이다."


정조는 그 조건을 받았다.

받으면서 어찰에 이렇게 썼다.

— 오늘 나는 중인 놈에게 나라를 팔았다. 팔았다는 말이 지나치다면 저당 잡혔다 하자. 값은 사십만 냥이다. 우습게도 나는 이것이 화성보다 싸다고 생각한다.

— 경은 이것을 반대할 것이다. 반대하라. 반대해야 내가 밀어붙일 수 있다. 다만 너무 세게 하지는 말라. 뒤죽박죽이 된다.


김조순이 삼척에 온 것은 정사년 겨울이었다.

서른셋이었고, 초계문신 출신이었으며, 문체반정 때 자송문을 썼던 자다. 정조가 그를 아꼈다. 정조는 그를 회계 감독으로 보냈다.

명분은 이러했다. — 삼척의 돈이 새는지 보라.

김조순은 반년 동안 장부를 뒤졌다.

그리고 한주혁에게 와서 말했다.

"총재. 새는 데는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이 국은 망합니다."

한주혁이 붓을 놓았다.

"…왜요."

"들어오는 돈이 다 남의 돈이기 때문입니다."

김조순이 장부를 폈다.

"둔전 수입은 장용영 것을 빼앗은 것이고, 광산 수세는 강원감영 것을 빼앗은 것이고, 내탕은 전하의 사재이며, 오세형의 사십만 냥은 빚입니다. 이 넷 중 어느 것도 이 국이 스스로 만든 돈이 아닙니다."

"…"

"전하께서 계실 동안은 굴러갑니다. 전하께서 안 계시면 넷이 동시에 끊깁니다. 그날이 이 국이 끝나는 날입니다."

한주혁은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김조순이 처음으로 웃었다. 젊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서늘한 웃음이었다.

"팔아야지요."

"…무엇을."

"만드신 것을 파십시오. 유리든 무엇이든. 나라가 사주는 것 말고, 백성이 돈 내고 사는 것을 만드십시오. 그것이 없으면 이 국은 전하의 취미일 뿐입니다."

한주혁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는 격물소에 가서 최연에게 물었다.

"…거울을 만들 수 있겠소?"

'…거울을 만들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