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TOON

25화제34장 보이지 않는 것

· 3,508자 · 무료

여기서 조선의 이야기는 유럽과 완전히 갈라진다.

유럽에서 X선이 발견되었을 때, 그것은 놀라운 우연이었다. 아무도 그것이 무엇의 시작인지 몰랐다. 방사능과 이어지기까지 몇 달, 원자핵까지 십육 년, 중성자까지 삼십칠 년이 걸렸다.

정조유신 25화 제34장 보이지 않는 것 — 헤더컷

조선에서 최문경이 그 사진을 찍은 날, 그녀는 곧바로 다음 문장을 읽었다.

— 六. 그 빛을 내는 물질은 무게가 줄어든다. 무엇이 빠져나가는가.

그녀는 목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다음 삼십 년의 조선 물리학은, 이 목록을 순서대로 지워 나가는 일이었다.

기미년(1859) — 우라늄염이 전기 없이도 저절로 감광판을 검게 한다는 것 확인. 제6항 착수.
임술년(1862) — 저절로 나오는 것이 세 가지임을 확인. 종이에 막히는 것, 쇠에 막히는 것, 무엇에도 잘 안 막히는 것. 갑(甲)·을(乙)·병(丙)이라 이름 붙였다.
을축년(1865) — 갑이 무겁고 전기를 띤다는 것 확인. 을이 가볍고 반대 전기를 띤다는 것 확인.
신미년(1871) — 최문경, 스물아홉. 원소가 다른 원소로 변한다는 것을 확인. 조선 학계가 두 해 동안 이 결과를 믿지 않았다.
갑술년(1874) — 제4항. 금박에 갑을 쏘아 대부분 통과하고 팔천 번에 한 번 튕겨 나오는 것을 관측. 원자 속이 거의 비어 있고 가운데 아주 작고 무거운 것이 있다는 결론.

그해 조선은 원자에 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결론에 유럽이 도달한 것은 1911년이다.

서른일곱 해.


기축년(1889) — 제7항.

— 알갱이 속의 알맹이에 전기를 띠지 않은 것이 있다. 이것을 찾아라. 이것이 열쇠다.

이것을 찾는 데 십오 년이 걸렸다.

찾은 것은 최문경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해 마흔일곱이었고, 이미 제국 과학원 물리부 총재였으며, 실험실에서 손을 뗀 지 오래였다.

찾은 사람은 그녀의 제자였다. 봄베이 출신, 스물넷, 이름은 라구 바네르지.

경위권이 인도에서 데려온 수천 명의 장학생 중 하나였다.


그날 밤의 기록이 남아 있다.

— 자시(子時)가 지나 총재께서 실험실로 오셨다. 총재께서는 침의 위에 외투만 걸치고 계셨다.

— 바네르지 국원이 결과를 보여 드렸다. 총재께서 오래 보셨다.

— 총재께서 말씀하셨다. "확실한가."

— 국원이 대답했다. "여섯 번 했습니다."

— 총재께서 다시 물으셨다. "실패한 것도 적었는가."

— 국원이 대답했다. "사백열두 번 실패했고 전부 적었습니다."

— 총재께서 고개를 끄덕이시고, 서가로 가셔서 봉해진 함을 꺼내셨다. 함에는 자물쇠가 셋 있었고 총재께서 열쇠를 다 가지고 계셨다.

— 총재께서 『미분』을 꺼내 제7항을 펴셨다. 그리고 국원에게 다음 장을 읽으라 하셨다.

— 국원이 제8항과 제9항을 소리 내어 읽었다.

— 다 읽고 나서 국원이 총재를 보았다. 국원의 얼굴이 하얗게 되어 있었다.

— 총재께서 말씀하셨다.

— "…그렇소. 여기부터요."

— 그리고 제10항을 펴셨다. 제10항에는 항목이 없고 붓글씨 한 줄만 있다. 손이 떨려 글자가 크다.

— "여기서 멈추어 이 다음 문장을 세 번 읽어라."

— 총재께서 그다음 장을 읽지 않으시고 함을 닫으셨다.

—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 "국원. 오늘 자네가 한 일을 오늘 밤 안에 문서로 만들어 나에게 주게. 그리고 이 방에서 나가는 순간부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자네 스승에게도, 자네 어머니에게도."

— 국원이 물었다. "총재님. 저 다음 장에 무엇이 적혀 있습니까."

— 총재께서 한참 있다가 대답하셨다.

— "…자네가 오늘 나에게 준 것이 무엇인지가 적혀 있소."

— "…"

— "그리고 그것을 만든 나라를, 만든 자가 어떻게 판단할지도 적혀 있소."

— 국원이 다시 물었다. "…우리는 그 판단을 통과합니까."

— 총재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셨다.

— 기축년 팔월 이십사일 축시. 기록 라구 바네르지.


정조유신 25화 제34장 보이지 않는 것 — 전환컷

『삼척일지』 제203권, 신미년(1871) 사월 이십구일

— 오늘 도계 뒷산에서 사람이 하늘을 날았다. 이경묵 제조가 세운 계획으로, 경은(輕銀) 뼈대에 명주를 씌운 것이었다. 조종한 것은 격물소 국원 최문경의 사촌 최영식, 스물넷. 지면에서 열두 자 높이로 사백열 보를 날았고 무사히 내렸다.

이 제조가 아흔셋으로 그 자리에 계셨다. 보시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한참 뒤에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측명공께서 보셨어야 하는데."

하늘

조선이 하늘을 먼저 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행기에 필요한 것은 셋이다. 가벼운 구조재, 가벼운 고출력 기관, 그리고 바람을 재는 법.

조선은 셋 다 남보다 일찍 가졌다.

가벼운 구조재. 전해 알루미늄. 임자년(1852). 유럽보다 서른네 해 빨랐다.
가벼운 기관. 내연기관. 신해년(1851) 원형, 정사년(1857) 실용. 유럽보다 스무 해 빨랐다.
바람을 재는 법.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만물지서』 중권 제이십권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새가 나는 것을 보고 흉내 내지 말라. 새는 날개를 퍼덕이나 사람은 그럴 힘이 없다. 사람은 날개를 고정하고 앞으로 밀어야 한다.
— 날개는 위가 볼록하고 아래가 평평해야 한다. 그래야 위를 지나는 바람이 아래보다 빨라지고, 빠른 쪽의 누르는 힘이 약해져 위로 뜬다.
— 얼마나 볼록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것은 재야 한다.
재려면 바람을 만드는 통을 지으라. 큰 관에 바람을 불어넣고 그 안에 날개 조각을 매달아 위로 뜨는 힘과 뒤로 끌리는 힘을 저울로 재라. 백 가지 모양을 시험하고 표를 만들라.
— 이 통 하나가 하늘을 나는 일의 구할이다. 나머지 한 할이 비행기다.

조선은 그 통을 을묘년(1855)에 지었다.

라이트 형제가 같은 것을 짓는 것은 1901년이다.

마흔여섯 해.


신미년(1871)의 첫 비행 이후 조선의 항공은 사십 년을 헤맸다.

이유는 기관이었다. 알루미늄 기체는 가벼웠으나 조선의 내연기관은 무겁고 약했다. 마력당 무게가 유럽 것과 비슷했고, 그것은 조선이 앞선 분야가 아니었다.

프랑스가 계축년(1913)에 조선을 따라잡고 앞질렀다.

이유는 사람이었다. 프랑스에는 자동차 회사가 마흔한 곳 있었고 조선에는 아홉 곳 있었다. 마흔한 곳이 서로 경쟁하며 엔진을 개량했다.

『제국 병기국 각서』 1913년.

— 우리는 마흔여섯 해 앞서 시작했고 지금 뒤졌사옵니다.
— 이유는 우리가 게을러서가 아니오라, 이 분야가 여러 사람이 따로따로 시도해야 좋아지는 분야이기 때문이옵니다.
— 우리 제도는 한 곳에서 최선을 찾아 그것을 전국에 폅니다. 그 방식이 유리한 분야가 있고 불리한 분야가 있사옵니다. 기관은 불리한 쪽이옵니다.
— 신들은 이것이 우리 제도의 첫 번째 명백한 한계라고 아뢰옵니다.

이 각서는 조선 제도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로 꼽힌다.

백십칠 년 만에 처음으로, 조선이 자기 방식의 결함을 자기 손으로 적었다.

기름

그리고 기름이 조선의 운명이 되었다.

조선 땅에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무연탄은 있다. 석회석도, 규석도, 텅스텐도 있다. 기름만 없다.

십구 세기 중반까지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조선은 물로 전기를 만들었고 석탄으로 증기를 돌렸다.

기름이 문제가 된 것은 움직이는 것 때문이었다.

배는 석탄으로 갈 수 있다. 다만 석탄 배는 기름 배보다 항속거리가 짧고 재보급이 느리다.
차는 석탄으로 가기 어렵다.
비행기는 석탄으로 갈 수 없다.

즉 조선이 이십 세기에 들어서는 순간, 조선의 모든 힘은 남의 땅에서 나오는 검은 물에 매이게 되었다.


조선이 유전을 찾은 순서는 이러하다.

정미년(1907) 수마트라. 네덜란드령이었다. 조선은 사지 않고 빌렸다. 조차 기간 구십구 년, 조차료는 네덜란드 왕실 부채의 탕감이었다.
정미년(1907) 페르시아 남부. 차관의 담보로 얻었다.
신해년(1911) 보르네오.
을묘년(1915) 사할린 북부. 러시아에서 전쟁 배상으로 받았다.

이 넷이 조선 제국이 가진 기름의 전부다.

넷 다 본토에서 멀었고, 넷 다 바닷길로 실어 와야 했으며, 넷 다 남이 끊을 수 있었다.


『제국 통계원 전략물자 취약성 보고』 기미년(1919).

— 조선 제국의 안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러하옵니다.

우리는 우리 땅에서 나지 않는 것으로 우리 땅을 지키고 있사옵니다.

— 우리 함대는 수마트라 기름으로 움직이고, 우리 비행기는 페르시아 기름으로 뜨고, 우리 화학은 왜황과 남양 인광석으로 돌아가옵니다.

— 이 셋 중 어느 하나가 끊기면 우리는 육 개월 안에 멈추옵니다. 셋이 다 끊기면 육 주이옵니다.

— 그러므로 신들이 아뢰옵니다. 우리 제국은 강한 나라가 아니오라, 끊기지 않기 위해 계속 커져야만 하는 나라이옵니다.

— 커지는 것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죽사옵니다.

— 신들은 이것을 제국의 병(病)이라 부르고자 하옵니다.

이 보고서를 쓴 사람은 통계원 사무관 남기환, 그때 쉰하나였다.

십팔 년 전에 남양 인광석 배정안을 쓴 사람이고, 팔 년 전에 폭탄 제조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다.

그는 이 나라의 병을 누구보다 정확히 진단했고, 그 병을 키우는 결정에 매번 찬성했다.

이 세계의 조선사에서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 세계의 조선사에서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